지난 25일 오전 7시30분께 삼성코닝 수원공장 정문 앞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제보 받은 것처럼 삼성코닝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이 정문 옆 쪽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삼성코닝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반발하면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과정이었다. 삼성코닝은 IMF 때 분사(회사를 분리하는 것)를 시작했다. 삼성코닝에서 도급업체로 전환한 뒤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 한 것이다.
삼성코닝에 있었던 노동자들은 퇴직금만 받고 아텍, 승리산업, 삼신 등 분사한 도급업체로 갔다. 삼성코닝은 TV브라운관을 수출하는 업체인데 수출시장에서 판로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 만큼 이젠 업체는 더 이상 이익을 보기 힘들게 됐다. 그래서 삼성코닝은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선택했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삼성코닝 간부들은 정문으로 몰려온 이들에게 그런 문제는 삼신측에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그들은 원래 삼성코닝에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무노조경영을 추구하는 삼성인지라 IMF 때 비정규직화에 쥐죽은 듯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15년에서 20년 삼성을 위해 일해 왔다고 말했다. 시킨데로 했는데 하루 아침에 나가라고 하니 억울하다고 했다.
몇년 전 어느 신문에서 기사를 봤다. 필립스라는 회사의 얘기였다. 미국에서 공장을 폐쇄할 때 필립스는 3년동안 인사관리 파트를 남겨 둔다고 한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나머지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알선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이들이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했는지는 뻔한 일이다. 바로 기업의 이미지와 실제 기업의 이익적인 면을 고려했을 것이다.
또하나의 가족'을 주장하는 삼성. 체코 발레단과 아프리카 어린이 등 뭐라나 세계 4곳을 지원한다는 TV광고도 자주 눈에 띈다. 모두 기업 이미지를 살리는 측면의 광고다.
모두 좋은 얘기다. 외국을 지원하는 것도, 또다른 가족을 얘기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짜 삼성을 키우고 성장 발판을 만든 노동자. 실제 이들 가족에게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때다.
그런데 그런 면에서 삼성은 위기에 놓여 있다. 외국에서 잘 나가지만 국내에서 국민들에게 선호받은 기업에서 밀리고 있다. 바로 이미지 관리가 어긋나고 있다. X파일이 그랬고 가전회사나 다른 하향 산업 개열사를 정리할 때 그랬다.
잘나가면 오히려 뒤를 돌아봐야 한다. 회사 성장의 일등 공신인 노동자들을 돌아보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얘기를 연상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기업이 더욱 알차게 발전하는 과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세계의 기업은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기 어렵다. 그 만큼 시대는 빨라졌고 시장의 조건도 달라졌다.
무조건 돈이 안된다고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 다른 나라나 다른 민족, 다른 이웃 보다는 먼저 같은 가족을 먼저 배려하고 아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천일보 김경호기자의 블로그(blog.itimes.co.kr/kgh)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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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쳄웃다
삼성과 필립스의 차이-삼성코닝 비정규직노동자 정리해고 취재 후기
